예의

테니스를 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건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행위를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당해보아서 당한 사람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충서의 마음처럼 남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 같게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상대가 실수 해서 점수가 나더라도 그냥 우리끼리 화이팅 하고 마는 정도였다.

요 근래 테니스를 치고 오면 기분이 나쁜게 티가 났는지 와이프가 오늘은 재미없었어?

라고 묻는것이 여러번 계속 되었는데 어제서야 비로소 그 까닭을 알았다.

진일이 형 게임하고 있는걸 옆에서 보는데 진일이 형이 스매싱을 실수를 하자

상대팀 두 명이 번갈아가면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둥. 두번은 없다는둥

진일이형 씹기에 바쁘다. 그들은 상대를 도발하는것도 게임의 일부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게 생활인지 모르겠지만

제 3자인 내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씹어댔다. 정작 본인은 실수한 민망함에 아무소리도 안들리는듯 했지만,

행여라도 뒤돌아 생각하면 기분 나쁠 상황.

나는 이러한 상황들이 언제나 가슴에 쌓여왔던 것 같다.

 

나만 예의를 차리면 뭐하나 상대가 저렇게 나오니 화난 마음에 나도 그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 위해

한마디 더 던졌고 그럴수록 내 속이 더 상했던 것 같다

참자 참자 하고 생각했지만 그들 사이에 섞여서 내가 얻을것은 무언지 오히려 나도 그들을 닮아

몇 년이 지난 이후엔 똑같이 상대 실수를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친목이라는 허울속에 이물없다는 미명하에

약자를 괴롭히고 있지나 않을지

나도 그들과 같은 괴물이 되어있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내 돈들여가며 내가 운동하는데 왜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삼호 레슨을 받으러 가면 내가 누구인지 몰라 내게 언제나 존대하고 나를 어려워하는 레슨동료들이 있어서

그나마 속이 편한것 같다. 실수를 하건 뭘 하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경우. 예의가 최후의 보루로 존재하는 경우.

그 상황이 내겐 나은듯 하다.

새해에는 클럽은 탈퇴하고 레슨만 다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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