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아니지. 아니야. 니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지. 그 사람이 입은 상처를 토해낼 사람은 세상에 너 밖에 없어. 너 이외에 누구에게 그 상처를 내밀겠어. 아무리 니가 잘못한게 없다고 해도 손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 너도 어느정도 그 상처에 책임이 있는거라고. 근데 그 상처를 너에게 들이민다고 해서 그사람의 자질 운운하면 안되지. 그야말로 너의 자질문제가 되는거야. 8월의크리스마스의 심은하나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가 왜 창문에 짱돌을 던지고 차를 긁었겠어. 그들의 마음을 무시한것도, 받아주지 않은것 조차 상처라서 그런식으로 표현한거야. 근데 그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다거나 스토커라느니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해버리면 정말 막장 드라마 되는거지. 이영애가 차 긁힌걸 보고 화를 냈을까? 아님 유지태의 마음이 느껴져 미안하고 슬펐을까. 잘 생각해봐. 나도 그의 잘못 때문에 이별을 선언하자 며칠을 전화하고 귀찮게 하던 상대가 있었어. 국시준비하던 때 그 중요한 시간에도 한 시간씩 전화해서 얘기를 들어달라고 하고 집앞까지 찾아와 잘못을 빌던 사람이 있었어. 그래도 단 한 번도 난 그의 전화를 거절하거나 일부러 안받은적은 없어. 내가 맘이 여려서가 아니라 내가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피를 토하는 그의 마음을 받아주는것이 헤어진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나아니면 그의 마음을 말할 사람이 없을거다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랬어. 헤어지고나서 원망의 목소리 저주의 목소리. 다 들어주고 받아주는것. 진정 마음에 두었던 이라면 그 정도까지는 해주는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어. 입으로는 파렴치하게 어딜 찾아와 해놓고도 저녁은 먹고 온거냐 이 길을 어찌 돌아갈거냐 걱정하던 마음. 그게 내 속마음이었으니까. 헤어졌다고 해서 그 사람도 널 완전 죽일년 취급하고 있진 않겠지. 너 또한 마찬가지고. 화난 마음에 말로만 입으로만 그러는거야.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돌아서겠어. 점차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니가 이해해. 그게 예의고 도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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